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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기가 빠졌어요? 내가 해결해 줄게요.

등록2023-12-10 조회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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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혜화의료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 겨울바람 때문에~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이 노래가 쌩뚱맞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감정인가?

추위에 고생해야 하는 12월 중순이 틀림없건만 오늘 날씨는 포근하고, 아니 따뜻하고 기온은 무려 20도나 됐다.

필자는 지난 3주 전 칼럼에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매서운 칼바람과 백설의 풍경에 즐거움과 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얘기했기에 오늘의 현상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사건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평소에 ‘기(氣)’라는 글자가 들어간 말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한국의 유명한 개그 코너의 하나였던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가 외쳤던 ‘엄매 기죽어, 엄매 기살어’를 생각하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나 사건, 음식을 접할 때 ‘기분이 좋다, 나쁘다’라고 표현하고, 무엇인가 경이롭고 멋진 상황을 보며 ‘기똥 차다’라고 하며, 있는 힘을 다할 때는 ‘기를 쓴다’고 하고, 어이없거나 생각지도 않은 억울한 일을 당해 할 말이 없을 때 ‘기가 막힌다, 기가 찬다.’라고 한다.

아내나 남편, 아이들에게 응원하기 위해 ‘기를 펴라, 기운 내’라고 말하기도 하며, 의기양양할 때는 ‘기가 살았다’, 풀이 죽고 의욕이 없을 때는 ‘기가 죽었다’는 말을 쓴다.

여기에서 ‘기(氣)’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보면 기는 활동하는 힘, 숨 쉴 때 나오는 기운을 말하며, 영어의 ENERGY, SPIRIT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기는 우리 몸의 원동력이며 에너지이고 생명 자체이다.

한의학에서 기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선천의 정기를 바탕으로 음식과 맑고 깨끗한 대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한 부모님과 제대로 된 음식, 오염되지 않는 공기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일 것이다.

우리 몸에 기가 왕성하고 충만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인체의 내부를 성장시키고 강화하며, 외부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즉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얘기이다.

이전 칼럼에서 한의학 고전의 명언이라고 소개했던 내용과 일치한다.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

만약 기가 막히거나 부족해진다면 첫째 기의 추동(推動)작용 부족으로 생장과 발육, 조직, 기관의 생리활동과 혈액과 진액의 생성, 수송, 분포, 배설 그리고 장의 운동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기의 방어(防禦)작용 이상으로 바이러스 등 외부 물질에 쉽게 노출되게 된다. 셋째 기의 기화(氣化)작용 부족으로 신진대사를 문란하게 만들어 대사이상 병변이 발생하게 된다. 넷째 기의 온후(溫煦)작용 이상으로 혈액순환장애, 냉증 등이 유발된다. 다섯째 기의 고섭(固攝)작용 부족으로 혈액, 진액, 정액 등 유형의 물질이 밖으로 잘 새 나가 출혈질환, 유정, 몽정, 요실금 등이 발생한다.

한의사들이 ‘기가 빠졌다, 기가 약하다, 기가 허하다’라는 평가를 많이 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생명 에너지인 기를 보충하거나 고갈을 방지시키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5천년 전에 기록된 한의학의 최고 경전인 <黃帝內經>에서 황제의 고백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나는 이미 모든 병은 기에서 생기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이 기뻐하면 기가 조화되어 마음이 편해지고 영위(營衛)의 기가 순조롭게 되지만, 만약 화를 내면 기가 위로 오르고, 슬퍼하면 기가 흩어지며, 두려워하면 기가 가라앉게 된다. 차가운 기운은 기를 뭉치게 하고, 뜨거운 기운은 기를 새어나가게 하며, 놀라면 기가 어지럽게 되고, 과로하면 기가 소모되며, 생각이 지나치면 기가 뭉치게 된다.” (소문 거통론(擧痛論) 제39편)

“무릇 질병을 치료함에 먼저 침으로 경맥을 잘 다스려 기와 혈을 조화롭게 소통해야 한다.” (영추 구침십이원론(九鍼十二原) 제일편)

“질병의 초기에는 침으로 다스리고, 질병이 진행하면 약으로써 사기를 제거하고 기를 보익해야 한다.” (소문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篇) 제오편)

2023년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마무리를 잘하시고,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